하늘치 이야기/독서 노트

행인의 독법

하늘치 2007. 9. 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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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행인의 독법
■ 지은이 : 방민호
■ 펴낸곳 : 예옥
■ 2006년 우수문학도서.



내 생애 처음으로 '비평집'이라는 걸 읽어보았다. '행인의 독법'이라는 방민호 비평집이었다. 그의 네 번째 평론집이라고 했다. '이거 첫 평론집부터 봐야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뭐 상관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펼치게 된 책.

절반까지 읽었을 때,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스스로에게 마른 웃음이 나왔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 이후 내 삶에서 지워진 한국 현대 문학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으며, 내가 한국의 근현대 작가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도 있음을 쪼끔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한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 자욱한 산길에서 조금씩 길을 내어가며 읽는 맛이랄까. 무려 2주나 걸리긴 했지만;

좋은 것만 얘기하면 재미 없겠지.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2006 우수문학도서'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문외한이 보기엔 이건 거의 전문가 수준의 책이다. 다시 말하자면,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한국문학비평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을 위해서 쓴 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뜻이다. 솔직히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딱 한 번 읽어서 뭔가를 깨달을만한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산 선생님처럼 다독할 만한 책인지도 의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리 한국 문학의 독자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괜히 내가 뿌듯하다. 하하하; 우리 민족의 선비들이 이러했을까. 봐주는 이 없고, 평가해 주는 이 드물어도 자신의 공부를 끝없이 밀고 당기는 과정을 통해 더 높은 경지를 이뤄나가는 작업. 그래서 존경스럽다.

이 책을 읽게 된 사실적인 계기가 하나 있다. 뭐, 결론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저자는 환상 형식의 서사, 즉 '환상소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펼쳐 간다. 나는 내심 한국판타지, 무협에 관한 글을 기대했다. 같은 환상, 판타지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기대하는 형식의 서사,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더욱 즐겁고도 빠르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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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이 비판의 힘으로 성장하는 것이 일부의 사실일지라도 누구도 전적으로 올바를 수 없다는 보편적 진리 앞에서 재고했을 때 한 사람의 비평을 살지게 하는 것은 결국 타인을 향한 비판에 기대어서나 자기 긍정의 소로(小路)를 발견하는 의존적 부정의 비평이 아니라 완전한 단독성의 원리 위에서 타인 없이 자기를 수립하는 긍정의 비평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시공간이 부과한 오류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완전한 단독자가 된다면 타인은 자기를 수립하기 위해서 부정해야 할 적대적 대상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 이 포스트의 맨 처음에 있는 글박스는 '행인의 독법'의 뒷쪽 겉표지에 인쇄된 글귀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저 짧은 몇 줄의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타인의 생각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최종단계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비평의 세계에 대한 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네 삶에 있는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뼈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요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이해하기 힘든, 비난 일색의 대한민국에서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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