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교회와 신앙

『죄책감과 은혜』- 폴 투르니에

하늘치 2007. 2. 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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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과 은혜
폴 투르니에 저/추교석 역 | 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 2001년 06월


■ 기독교의 가르침은 도덕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이 행할 바를 명확하게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경험은 내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리스도인 모임 안에서 이러한 시각의 조화가 지니는 중요성을 보이기 위하여 그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작년에 배를 타고 노스 케이프로 가는 중에 어느 날, 나는 배 난간에 기대서서 미끄러지듯이 지나쳐 가는 노르웨이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초록섬과 해변이 바다에 빠져들 것처럼 내려와 있는 거대한 빙하와 대조를 이룬 모습이었다. 한 의사가 조용히 걸어와 같은 난간에 기대서더니 아름다운 장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우리 동료 중 한 사람이 이혼 후 재혼했다는 소리를 막 듣고 기분이 몹시 언짢네. 그게 사실인가?" 라고 물었다. "그래, 사실이네." 내가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그는 계속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그리스도인 의사 사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는가?"

나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그 친구가 이렇게 덧붙였다. "자네는 이혼이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이라고 믿지 않는가? 죄라는 것을?" "물론 믿지." 나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 중 죄 없는 사람만 여기 있을 수 있다면 여기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네. 여하튼 나라는 사람은 있을 수 없지. 우리 모두 마찬가지야. 우리는 모두 용서받은 죄인이니까."

긴 침묵이 이어지더니, 그 친구는 가버렸다. 나중에 그가 다시 돌아왔다. "자네 말이 맞네." 이어서 "이제서야 은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군." 라고 간단히 말하였다.

자, 보라. 그는 열심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내가 무척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우 신실하고 분별있게 신앙 생활을 하고 전도도 아주 열심히 하며 전혀 바리새인 같지 않은 사람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한다. 그러나 그 은혜를 부정하는 도덕주의가 항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 슬며시 스며든다. 이것은 특히 청렴한 도덕적 행동을 통해 믿음을 확인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 그러하다.

하나님은 또한 에스겔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 길에서 돌이켜 떠나서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에스겔 33:11)

(2002년 2월 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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