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사는 얘기

한강을 바라보며.

하늘치 2007. 2. 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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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널 때면 나는 항상 유리창 너머를 바라본다. 책을 보고 있었건, 음악을 듣고 있었건, 아니면 그저 눈을 감고 있었거나 어쨌거나 일단 지하철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면 유리창 너머의 넓고 기다란 한강을 바라본다. 그 행동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살면서 미처 가지지 못한 일종의 '여유'를 잠시 스쳐지나가면서나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강의 수면이 망막에 맺힌다. 잔잔한 듯 하지만, 아주 자잘한 파고가 강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발원지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균형있게 움직인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 위를 활공할 때, 바다에서 참치 떼가 각자 1미터 간격으로 한꺼번에 뛰어오르기를 반복한다면.. 저렇게 보일까? 지하철이 한강의 중반 쯤에 이르면 그제서야 하얀 점 같이 보이던 것들이 오리 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스티로폼이 떠 있는 것 같더니 어느 샌가 오리로 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빨려들 듯 바라보던 것도 한강을 건너는 순간 컴컴한 시멘트 벽에 다시 시야가 가려져버린다. 그 때의 그 아쉬움이란..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감동이 가끔, 못내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여객선이나 하늘에 길을 둔 비행기에서도 일상에서는 쉬 느낄 수 없는 설렘과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런 것을 기록에 남겨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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