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사는 얘기

껌 팔던 할아버지.

하늘치 2007. 5. 2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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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밤. 갑자기 굵어진 빗발의 무게가 고스란히 우산을 잡고 있던 손바닥에 전해졌다. 나는 물이 고인 웅덩이를 피해 육교쪽으로 걸어갔다. 집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했고, 지하철역은 길 건너편에 있었으니까. 계단에는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발이 젖지 않게 신경쓰며 육교위에 거의 다다랐을 때, 나는 할아버지 한 분을 보았다. 비가 꽤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그 할아버지는 육교 위에서, 한 손으로는 우산을 잡고, 다른 손에는 껌 몇개를 올려놓고서 하나 사달라고 하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내 맞은편에서 오던 한 청년이 걸음을 빠르게 하며 할아버지께 여쭈었다.

"하나 얼마에요?"

"500원."

사람도 많았고, 걸음도 꽤나 재촉했던터라.. 그 뒷 얘기는 모르겠다. 아마도 하나 샀을테지, 하나 파셨을 거다.

그에 비해 내 안에는.., 죄책감이랄까.. 죄송스런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비오는 날 우산 하나 받쳐놓고 그렇게까지 물건을 파셔야 했던 이유는 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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