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사는 얘기

인터넷은 극히 넓은 세상의 또 다른 단편.

하늘치 2007. 8. 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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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중독되다시피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별 일이 없을 때엔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놓고 봤던 걸 또 보고, 다시 확인하고, 또 들여다봤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갔는지는 바깥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깨달을만큼.

뭐가 그리도 할게 많은지..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난 후에 책을 본다.

유익하다는 책은 으레 어렵거나 속도가 나질 않아 쉬이 지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good books만 찾아 읽다가 그만두기를 십수차례.

그러다가 좋아하는 형으로부터 넌지시 건네받은 책, '썸데이서울'을 봤다.

판타지, 무협 보는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들..

세상 속에서 살면서도 알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들이 그 책에 하나 하나 담겨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인터넷이라는 우물 속에 빠져서 '그곳이 좋사오니..'를 연발했던 나의 정신세계에 조금이나마 찬물을 끼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썸데이서울의 저자, 김형민씨의 사고방식 체계는 나의 그것과 딱히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 깊이와 폭은 달랐지만. 그래서 더 빠져들 듯이 읽어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속도는 그다지...

읽다가 인터넷을 접했는데, 그 전에는 그렇게도 할 것이 많던 인터넷이 왜 갑자기 그리도 먹먹해 보였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도 좋아라 했던 애니메이션, 소설, 영화, 게임, 미드, 각종 까페며 클럽, 싸이, 블로그 등등...

이젠 그런 것들이 이전처럼 확 와 닿는 것 같지 않다. 아, 물론, 내일이 되면 또 원상복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 드는 이런 생각들은 또 하나의 내 모습이며 진실된 마음인 것을.

세상의 진실된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불편함을 얼마든지 감수해야만 하는 정직함을 끌어앉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에서 그렇다는 거지...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의 차이를 감정적인 격정 하나만으로도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네티즌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를 살고 있는 이상, 옳은 것이 항상 인정받는 것이 아님을.. 아니,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 자체가 흐려져 가고 또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참 씁쓸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세대에 그런 시류에 물들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순간 뇌리를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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