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세상 보기

'커프1호점' 촬영지에서 겪었던 씁쓸함..

하늘치 2007. 8. 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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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오후 4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
집에 가기 위해 산울림 소극장 쪽에서 홍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유명한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촬영중이었나보다. 한 번이라도 촬영중인 커프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커프1호점'을 중심으로 4방위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걸 봤을 것이다. 도저히 인도로는 지나칠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나와서 홍대역 쪽으로 걸어내려가야 했는데..

갑자기 진행요원(?)들이 차도에서 좀 물러나 달라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차도에 있으면 차량이 지나가다 경적을 울릴 수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촬영이 안된다나.. 그래서 우리는 잠시 물러나려 했지만, 사람들은 계속 꾸역꾸역 밀려드는 상황. 그래서 우리는 한 블럭 더 가서 내려가려고 했는데, 그 때 그 요원이 짜증났는지 약간 목소리가 높아졌다.

차도에서 나오라는 말을 다소 거친 존대로, 짜증을 섞어서.

그 때 다른 요원의 말이 들렸다.

"내려가실 분은 그냥 내려가세요.. 뒤돌아 보거나 촬영지 보지 마시고 내려가세요..."

이거야 원..

그럼 처음부터 그냥 내려가라고 할 것이지... 물론, 그러기가 힘들었다는 거 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이쪽 저쪽.. 촬영지를 중심으로 인도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그 사람들을 통제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통로는 확보해줘야 할 거 아닌가! 괜히 화가 났다.

통로를 막아버릴 정도로 인파가 몰려든 것은 '커프'때문이다. 그리고 '커프'와는 상관없이 지나가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커프'를 구경하려고 모여든 인파가 길을 막아버렸고, 그저 단순히 지나가려는 사람들은 당연히 차도로 나와서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그게 잘못된 건가? 그런데 차도로 나오면 차량 경적 소리가 날 수도 있어서 촬영할 수가 없다며 차도에서 나와 달란다. 아예 처음부터 현수막이라도 걸어놓던가. 그저 내 가던 길을 가려고 사람 없는 차도로 내려선 것 뿐인데, 자기들 촬영 때문에 길이 막힌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한테 오히려 짜증이다.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있나.

'커프'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촬영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촬영팀에 괜히 심술이 났다. 그래서 내려가면서 그 진행요원과 인파들에게 들으라고 한 마디 했다.

'(촬영에 방해가 되면..)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지, 왜 지나가는 사람한테 그러느냐고. '

길을 막고 구경하는 사람들은 '커프'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니까 길 좀 막는 것쯤 괜찮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은 '커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 사람들은 가던 길 멈추고 좀 기다리라고 하는 심뽀다.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보인다.

서로 이기주의라는 거 잘 안다.

촬영팀은 혹시나 모를 경적소리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을 것이고, 당장에 눈에 보이는 차도에 내려선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만 생각했을 것이다. 워낙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그들을 관리할 생각조차 못했을지도 모르지.

촬영을 구경하는 인파들은 대부분 어린(?) 학생들. 자기들이 길을 막고 있다는 건 전혀 생각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저 배우들을 볼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테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자신들의 욕심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들의 불편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은 한국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나? 내가 못한 건 없지만, 잘한 것도 없겠지. 나 역시 길을 내려가고 싶은 내 마음 때문에 생긴 일이니. 하지만, '나'는 하나가 아니라, 촬영 시간 내내 그곳을 지나가고자 하는 사람들만큼의 수다. 그 사람들에게 무조건 기다려 달라고만 할 것은 아니라는 소리.

실외 촬영하는 스텝분들은 촬영에 영향을 주는 요소만 차단한 것이 아니라, 촬영 때문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비단 '커프'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닐터..

시민교양의 미덕을 모두가 지니는 날은 언제쯤이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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