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교회와 신앙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

하늘치 2007. 10. 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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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하나님의 성전.

1.
제가 살던 동네에는 교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옆마을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도 마을 회관을 빌려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그토록 소원하던 교회까지도 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던, 1985년의 일이었습니다.

새롭게 건축할 교회는 우리 마을 어디에서도 보임직한, 신작로 위에 있으면서도 산 아래에 있는 유일한 위치의 건물이 될 터였죠. 그런데 지붕만 얹으면 마무리 될 듯 했던 교회 건축은 곧 난관에 봉착합니다. 바로 땅 주인의 '교회 불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짓던 교회를 다시 부쉈더랬죠.. 오랜만에 아버지의 사진첩을 들춰보았는데 당시 '성전 건축' 과정에서의 마음을, 아버지는 이렇게 표현하셨더군요.

"우리는 진실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성전을 건축하고자 했으나, 하나님 보시기에는 합당치 못했던 것이었나 보다. "

"많은 수고와 땀은 흘렸지만, 성전은 인간의 생각과 계획, 물질로만은 세울 수 없어, 하나님 인정하실 만한 기도와 정성이.."

"보다 아름답게 성전을 재건코자 하심의 뜻이 하나님께 있으신가. "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주의 종이 거처할 처소는 준비하셨다. 주택을 완공하고 회관에서 전도사님이 옮겨 오신 날. 1985. 9. 2"

뭐, 결국은 그 맞은 편 밭에 다시 교회를 지었습니다만, 당시 교회를 지으시던 집사님들과 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성벽을 재건하던 느헤미야의 마음,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땐 제가 너무 어려서 교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같은 건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네요.

2.
언제부터인지, 교회에 가는 길이 기쁘기보다는 부담스럽고 별 감흥도 없는 상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교회가 성도들의 모임이기도 합니다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임을 은연 중에 우선시하고 있던 어느 순간,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교회의 모든 사람들은 저와는 다른, 신앙의 확신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자신은 그렇지 못한데 말이죠. 그러다보니 함께 교회 안에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달 3주정도 성가대에 빠져가며 예배만 드리고 집으로 횡하니 가버렸던 것이 그러한 연유였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려나'라는 고민과 함께 말이지요.

그러던 9월의 마지막 주는 마침 예수대학의 한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듣던 '구약개론'반은 시험을 치는 날이기도 했고요. 시험 문제를 읽고 책을 보며 답을 적어가던 그 순간, 그제서야 성전에 대한 바른 이해가 되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성전은 곧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기에 하나님의 영광으로 충만한 곳이며, 그렇기에 성전을 재건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영적)부흥'이라는 것이었죠.  게다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사야서를 통해서 말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보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라. 하나님의 열심을 보라.'

네, 이렇게 해야만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신 복음이 우리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열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믿음이 바로 세워질 수 있는 곳도 하나님의 임재가 있고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한 곳, 바로 하나님의 성전이구요.


3.
요즘은 별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만.. 이전에는 교회를 청소할 때마다 자그마하게 부르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청소합시다. 내 아버지 집. 내 아버지 집. 내 아버지 집..'

옛날 복음성가 '함께 갑시다. 내 아버지 집, 참된 평화 있는 곳'의 가사만 살짝 바꾼 것이지요. 아무래도 청소는 하지 않으면서 그 자리만 채우고 이야기 꽃을 피우시던 분들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던 걸로 생각됩니다만.. 마음 한 켠으로는 제법 진실한, 그런 노래였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미흡하나마.. 거룩한, 하나님이 성전에 대한 몸과 마음의 표현이었다고 말이지요.

다시 한 번, 교회는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단순히 예배를 드리는 '장소'로서의 개념이 아닌,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거룩한 집'이라는 뜻으로요. 저는 그렇게 마음을 다진 후에야 교회에 가는 발걸음이 다소 경건해집니다. 목사님을 통해 주실 말씀에 대한 기대에 부푼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지요.

저는 분명, 아직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아는 크리스챤의 다수가 그렇다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바라고 기대하면서 또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지, 그 고민에 빠져 절망하는 힘 없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복음은 오로지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하신 약속을 이루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열심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곳, 그 영광이 머무는 곳. 거룩한 곳, 하나님의 성전에 대한 마음을 진실하게 다잡아 봅니다.



2007년 10월 28일자 주보 원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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