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중파(MBC)에서 딱 한 번. 건담을 방영해 준 적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1999년 어린이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떻게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는지는, 내가 더 신기할 따름이다. :D 1999년 5월 2일. 내가 전역한 날이다. 아마 이것 때문이었겠지..
아무튼, 요지는 그 때 봤던 건담0083 극장판(축약판)이 나에게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던져다 주었다는 거다.. 녹화하지 못했다는 것을 천추의 한으로 여길만큼.
난 만화책도 만화영화도 그냥 그저 그런, 보통 또래들처럼 보면 보고 말면 마는 수준이었으나..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수준의 0083을 보는 순간, 나는 건담의 추종자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름만 추종자일 뿐.. 도저히 건담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그만 포기할 무렵.. 교회 형네 집에 놀러갈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두둥!!!'
이름하야 프라모델 아니, 종이로 만들었으니 페이퍼모델인가;; 종이로 만든 모형들이었다. 아파치 같은 헬기부터 건담과 같은 모형까지.. 내겐 또 다른 충격이었다. 하지만, 내 손재주로는 어불성설... 그저 바라만 보고 감탄만 하다가, 0083 이야기가 나왔다. 흑흑... 내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건담0083 방영분을 이 존경하는 형님께서 녹화해놓으셨던 것이다... ㅠㅠ
우리는 침을 튀겨가며(그랬던가..???) 건담을 칭찬하고 또 칭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인터넷이 들어왔다. 98년엔 pc통신이었는데 (휴가 나와보니, 동생들이 pc통신이라는 걸 하고 있더라;; 당시, 난 왕초보였다. 컴퓨터이건 통신이건.. 모두~) 이듬해엔 인터넷이 들어왔다. 큭큭... 왕초보였으나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나. 그러나 무지의 대가는 빈손이었다. 도무지 구할 방법을 몰랐던 것.
그러다가 부전동의 서면지하상가에서 애니메이션 CD를 취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때 구입해서 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윙건담!!! 당시 가격은 3화가 들어있는 시디 한 장에 6천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두세 장 이상으로 다량 구입할 경우 흥정도 가능했던 것으로... ㅡㅡ; 그렇게 구입한 윙건담 시디는 무려 9장. 물론, 윙건담만 구입한 건 아니었다. 기동전함 나데시코 극장판, 원령공주 극장판 등도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혼자만 보기 아까워 빌려주었다가 그만 원령공주 극장판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윙건담 9장과 나데시코 극장판은 아직까지도 무사히 내 책상서랍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그러나 갓 전역한, 곧 복학생이 될 운명에 처해 있던 나는, 더 이상 이런 것에 돈을 투자할 여유도 마음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나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었다. 신비로라는 신비한 사이트의 애니메이션 클럽을 발견한 것이다!!! 향후 1년여간의 시간동안 이 애니클럽은 나에게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안겨다 주었다. 무려 1년이나...
그리고 그 1년간 나는 폐인이 되었다.
당시 인터넷 속도는 초당 50~100KBite 였다. 어쨌든 실 다운 속도는 50KB/sec. 겨우 50메가정도의 애니라도 실제로는 무려 10여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고된 작업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애니의 수는... 시디로 무려 100여장이 훌쩍 넘어갔다. 8배속-CDReWriter를 12만원에 구입했었으니까 2001년쯤이었을까?? 아무튼, 인터넷 환경이 무섭게 개선되어가면서 2004,5년엔 무려 100MBps/sec 의 데이콤이 집까지 진출해 들어왔다. 이 즈음엔 저화질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무조건 DVDRip 버전만을 찾게 되었고, TV판이라 할지라도 편당 300메가 안팎의 것들을 즐겨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은 그런 생활에서 많이 벗어났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어느 정도는 자제할 수 있었던 것도 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지금은... 티비판은 전혀 보고 있지 않다. 마음에 드는 애니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그랬고 극장판에서 그 돌파구를 발견했으나, 극장판은 그 수가 현저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최근(이라고는 하지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 벌써;;;)엔 건담 시드와 시드 데스티니를 발견, 꽤 재미나게 봐주었던 때가 있었다. 이유라면... 선명한 작화와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강한 건담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자. 물론, 건담시드와 데스티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즐긴 반면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난 즐겨보았으므로 비판의 내용은 잊어버렸다. 사실, 관심도 없다. (^^;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다. 게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지만, 'GUNDAM 0083 Stardust Memory'는 내게 있어 진정한 애니메이션의 첫경험이라는 점에서 내게 있어 최고의 애니로 기억될 것이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