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기독교 최고의 변증가 C.S. 루이스의 대표작.
경험많고 노회한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이자 풋내기 악마인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관해 쓴 31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통찰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읽는 재미도 커서 루이스라는 20세기 기독교의 큰 산맥을 탐험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특히 루이스 자신이 이 책의 배경을 설명한 '1961년 서문'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
친구들 사이에선 “잭 Jack”이라 불린 클리브 스태플스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는 1898년 11월 29일
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났다. (3년 먼저 태어난 형 워런 Warren은 역사학자였고 그의 평생에 걸친 절친한 친구였다.)
9살 때 어머니 플로라 Flora 여사를 암으로 여읜 루이스는 기숙사가 딸린 학교들 몇 군데를 전전하다가, 커크패트릭 W. T.
Kirkpatrick이라는 가정 교사에게로 보내졌는데, 엄격한 이성주의적 무신론자였던 그에게서 엄밀한 논리적 사고 훈련을
받았으며, 본래 성공회 배경을 가졌던 루이스는 이 무렵 확고한 무신론자가 된다.
그가 옥스퍼드 대학 재학생이었을 때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에 중위로 참전한 루이스는, 엉덩이에 영국군 포탄의 파편 조각이
박히는 부상을 입어 요양캠프에서 치료를 받다가 전쟁이 끝나자 다시 옥스퍼드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한다. 루이스는 장교훈련 기간 중
알게 된 패디Paddy라는 친구가 전사하자, 약속한 대로 그의 어머니 무어 부인 Mrs. Moore을 자신이 평생 보살폈다.
1923년 옥스퍼드를 세 부문 최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에서 잠시 철학을
강의했으며, 1925년부터 모들린 대학 Magdalen College에서 30여 년간 영어와 문학을 가르친다. 1954년부터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 교수로 재직했는데, 이 무렵 《실락원 서문 A Preface to “Paradise
Lost”》 《사랑의 알레고리 The Allegory of Love》 등 뛰어난 영문학 학술서적들을 여러 권 저술한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접근을 늘 의식하고 있던 루이스는, 1929년 어느 날 밤 마침내 신 앞에 항복하게 된다. 그런데
이 날의 회심은 ‘복음적 신앙’으로의 회심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유신론’으로의 회심이었고, 그로부터 2년 뒤인 1931년 어느
가을 밤, 옥스퍼드의 동료 교수이자 가톨릭 신자인 톨킨 J. R. R. Tolkien과 성서와 신화를 주제로 나누었던 긴 대화를
통해 마침내 기독교 신앙의 핵인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믿음에 이르게 된다.
그리스도인이 된 후 루이스는 자신의 소명은 교회 밖(언저리)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교파에 국한되는 교리가 아니라, 모든 시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공통적으로 믿어 온 기독교의 정수―“순전한 기독교 mere
Christianity”―를, 전문 신학 용어가 아닌 현대인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생생한 언어로 표현해내고자 노력했고,
그러한 분투는 결국 그에게 “회의자를 위한 사도”라는 별명을 안겨준다.
루이스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루이스보다 열여섯 살 연하였던 조이 Joy Gresham이다. 그는
여러 권의 시집과 소설들을 발표한 미국 작가로서, 애초 무신론자였으나 기독교로 회심하는 과정에서 루이스의 저술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재치와 지성미를 갖춘 여인이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던 루이스는 58세에 조이와 결혼을 하는데, 이때 조이는 이미
불치의 골수암에 걸린 상태였다. 4년만에 결국 사별로 끝나고만 이 아름답고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는 훗날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또
그 연극 대본을 기초로 하여 영화 '섀도랜드 Shadowlands'가 제작된다.
루이스가 아내를 잃은 슬픔을 이기기 위해 일기 형식으로 적었던 글인 《A Grief Observed》(홍성사 역간
예정)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가명으로 출판된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던 같은 날, 루이스는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가 남긴 주요저서로는 전세계적으로 읽히는 동화 《나니아 나라 이야기》(시공사)를 비롯,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다룬
《순전한 기독교》, ‘악마의 편지’라는 우화 기법을 통해 정작 인간의 삶과 본질을 새로운 각도로 보여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이상 홍성사), 그리고 계속해서 번역돼 나올 A Grief Observed, Miracle 등이 있다
사랑이나 애국심, 독신생활, 제단에 놓는 촛불, 절대 금주, 교육 따위가 좋으냐
나쁘냐는 인간들이나 실컷 토론하게 내버려 두거라. 그런 질문에는 해답이 없다는 걸 척 보면 모르겠느냐? 중요한 건 주어진 상황의
심리 경향이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환자(스크루테이프는 성도들을 환자라고 부름)를 원수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가느냐, 우리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오느냐하는 것 뿐이다.
우리가 바라는 바, 정말 간절히 바라는 바는 인간들이 기독교를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이용한다면야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라도 - 하다못해 사회 정의를 위한
수단으로라도 - 삼게 해야지. 이 경우, 사회 정의는 원수가 요구하는 것이므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일단 믿게 한 후, 기독교는
그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므로 가치 있다고 믿는 단계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기독교가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이유 때문에 믿으라는 것,이게 바로 우리의 수법이야.’--- p.
나
는 천사들의 존재를 믿으며, 그들 중 일부가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여 하나님의 적이 되었고, 따라서 인간의 적이 되었음을
믿는다. 이렇게 타락한 천사들을 우리는 '악마들'이라고 부른다. 악마들은 선한 천사들과 본질이 아예 다른 존재가 아니라, 그
본질이 부패한 존재들이다. 악인이 선인의 반대이듯이 악마는 천사의 반대이다. 악마들의 지도자 내지 독재자인 사탄은, 하나님과
반대되는 존재가 아니라 미가엘과 반대되는 존재인 것이다.--- p.191
거
짓 영성은 어떤 경우에든 부추길 만한 것이다. 인간들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과 영적 교제를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도'라는
겉보기에만 경건한 근거에 속아 넘어가, 일용할 양식과 아픈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원수(그리스도)의 분명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릴 때가 많단다.---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