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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곳-북악산 성곽길

하늘치 2008. 11. 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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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에 오르니 서울이 절경이네”
가볼만한 곳-북악산 성곽길

입춘에 우수까지 지났지만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오래 이어진 탓인지 나들이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교외로 나가 바람이라도 쐬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끌고 나서는 게 왠지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 가볍게 몸을 풀고 맛있는 음식도 즐기면서 봄맞이 연습을 해볼 만한 곳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겐 지난 해 개방된 서울 북악산(342m) 성곽길이 제격일 듯하다.

서울 옛 성곽의 북대문인 숙정문과 북소문인 창의문(자하문)을 연결하는 이 길은 서울의 중심부에 있어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 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1시간 정도 산책을 겸해 가볍게 땀을 흘릴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2~3시간 정도 거닐며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서울의 내성(內城)중에선 가장 높은 곳이라 전망이 좋다. 또 경복궁과 청와대의 뒷산이라서 그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덕분에 소나무 숲을 비롯한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특히 서울의 성곽이나 성문 중에서도 일제 이후 많이 훼손된 동쪽이나 서쪽 남쪽 지역과는 달리 이곳은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조선시대에 이곳에 도읍을 정하고 성곽을 쌓을 때 무엇을 참작했는지를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주변에는 이름난 맛집이나 화랑 상점들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눈과 입 마음이 한꺼번에 즐거워지니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기에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에게 개방이 됐다고는 하지만 북악산은 아직도 낮 시간에만 오를 수 있다. 또 아무 곳에서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곳에서 신고를 하고 가야 한다. 현재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서쪽의 창의문 쉼터와 삼청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홍련사 쉼터, 삼청공원이나 와룡공원에서 올라가는 말바위 쉼터 등 세 곳이다.

창의문에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당국은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동쪽 홍련사 쉼터나 말바위 쉼터에서 오를 것을 권한다. 그러나 산행 후 식사나 미술품 관람까지 고려한다면 창의문에서 오르는 편이 좋다. 삼청동에 소문난 음식점이나 화랑 등이 많기 때문이다.

창의문은 시내에서 자하문 터널로 가기 전에 오른쪽 길로 올라가면 나온다. 창의문 쉼터 안내소에서 신고를 하고 번호표를 받은 뒤 걷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가파른 계단이 다가온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기 전에 한 번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므로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지역은 전 구간이 계단이므로 힘들면 아무 곳에서나 앉아서 쉬어도 된다. 북악산 정상에 서면 백악산(白岳山)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반긴다. 북악의 원래 이름이다.

정상은 100여명이 서도 괜찮을 정도로 평평한데 중앙에 암봉이 우뚝 솟아 있다. 그곳에서 서울 장안을 내려다보면 좌청룡 우백호를 염두에 두고 궁궐 터를 잡았던 옛사람들의 슬기가 느껴진다.

눈을 들어 북쪽을 보면 향로봉 비봉 등 북한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고 서쪽으로는 인왕산 넘어 한강과 일산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남산 여의도 등이 역시 한 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성북동을 넘어 옛날 타락산이라고 불렸던 낙산과 장안평 일대가 지척으로 보인다.

발길을 동쪽으로 돌리면 곧바로 청운대(293m)다. 대 자(字)가 붙었지만 그저 작은 언덕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서면 경복궁부터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남대문까지 자로 그은 듯 똑바로 늘어서 있다.

백악산 정상이 아닌 청운대를 기준으로 남대문까지 일직선을 만든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잠시 생각을 하며 발길을 옮기다보니 우측으로 자그마한 바위가 보인다. 촛대바위라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정문이다. 1976년 복원했다는 숙정문에선 홍련사 쪽으로 나가는 통로가 있다. 다시 발길을 남으로 옮기면 마지막 통제소인 말바위 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번호표를 반납하고 조금 더 내려가면 산속으로 샛길이 나온다. 삼청공원을 거쳐 삼청동길로 연결되는 지름길이다. 샛길 중간엔 약수터도 있다. 샛길로 가지 않고 성곽을 따라 내려가면 와룡공원을 거쳐 대학로로 연결되는 길과 삼청동으로 내려오는 길로 갈린다.

▶ 가는 길 북악산 성곽 길은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입장해 오후 5시까지 나와야 한다. 4월부터는 9시부터 들어갈 수 있다. 사진을 찍더라도 2시간이면 전체 구간을 돌아볼 수 있다. 체력이 달릴 경우에도 3시간 정도면 가능할 듯. 창의문 쉼터로 가려면 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0212번이나 1020번, 7022번 버스를 타면 된다. 말바위 쉼터(와룡공원)로 가려면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02번 버스를 타거나,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나와 08번 버스를 타면 된다. 문의 : 창의문 쉼터 (02)730-9924~5, 말바위 쉼터(02)765-0297~8.

맛집 : 삼청동에는 삼청동수제비(02-735-2965) 등 맛집들이 많다. 대학로에도 취향에 따라 골라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맛집들이 즐비하다.

[글·사진 정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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