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치 이야기/독서 노트

[판타지] 거미무덤

하늘치 2007. 4. 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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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숨어푸우'라는 아이디의 동생을 만났었는데.. 추천할 만한 소설 없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거미무덤이라는 소설을 추천해 주더라는 거지.

문피아-고무림-에서 선호작으로만 해놓은 후, 별로 감흥이 없어서 방치해 두다가, 나중에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별로였어.

아아.. 물론 거미무덤이라는 이야기는 좋았어. 흥미로웠지. 하지만 그 뿐이었어. 처음엔 그저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가 진행되거든.

그러니까, 다 읽고 나서야 '아, 첫 페이지의 내용이 그거였구나.. 이야...' 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거지.

암튼!!! 읽다보니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거야.

새벽 두시 반이었던가? 그 때에는 도저히 피곤해서 안되겠더라구. 눈도 충혈되고 약간의 두통끼도 좀 있는 듯하고.. 결정적으로 배가 좀 고팠는데, 딱히 먹기도 좀 그렇고.. 그래서 컴터를 끄고, 잤지.. 조금 벗어나는 얘기이긴 하지만, 어제 방 구조를 열심히 바꿨거든.. 책상, 책장 옮기면서 그 밑에 쌓여있던 먼지 다 청소하고.. 그러다보니 몸도 많이 뻐근, 피로... 그런데다가 새벽 두시까지.. 아침에 일어났는데 영 몸이;;; 그래서 다시 10시까지 누워잤어.. 흠... 너무 많이 벗어났나? 암튼, 그제서야 일어나서 샤워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삶은 밤을 좀 뱃속에 넣어준 다음.. 나머지 부분을 감상했더라는 거지..

작가님의 세심한 배려-잔잔한 음악, 아름다운 그러나 미치도록 슬픈- 덕분에 마음도 동해서.. 더욱 슬프게 읽었다는 거야...

 솔직히..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스피디하게 읽어버렸어..

나도 슬퍼지고 싶지는 않았거든.

슬픈, 가지고 싶은, 하지만 잊어버리고 싶은 글..

아이러니컬하게도 마데스-연緣을 태워버리는 능력자-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

뭐냐면, 뭐냐면... 뭐였지?




이런 말을 하는 것에 대해 경멸해도 좋아.

하지만, 시페. 난 너의 외모를 보고 반했지만, 이내 곧 너의 모든 것을 포용하게 되었어.

그렇다고해서 외모만을 보고 마음을 열었다는 것에 대해 무시하지는 마.

너를 이루는 성격, 내면의 무수히 많은 것들처럼,

너의 외모 역시 너를 이루는 일부분이니까.

지금은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네가 나를 싫어한다면.. 그것도 존중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 아닐까..



대충 생각나는 스토리에 내 생각, 조금..

아하하.. 슬프다. 조금쯤은...

한정판을 구입했어야 했어... 겉표지에 안습하는 게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나도 외모를 꽤 따지는 걸까...

싫다..



그곳에 거미 두 마리가 있었다.
두 남녀 거미는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교미 후에 암컷 거미가 수컷 거미를 잡아먹었다.
암컷 거미는 수컷 거미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면서 말했다.
'용서하세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예요.'
그러자 수컷 거미가 말했다.
'아니. 난 오직 당신을 위해 나를 제공한 것이오.'
암컷 거미의 서툰 손놀림이 멈췄을 때,
머리만 남은 수컷 거미가 쓸쓸하게 웃었다.
'당신도 나중에는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지요.
그래서 우리에겐 무덤이 남지 않아요.'
암컷 거미는 잠시 후 수컷 거미의 나머지 부분도 모두 먹어치웠다.
수컷 거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행여라도 이슬 밟고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요.'
그러나 암컷 거미는 거미줄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슬이 아닌 자신의 눈물을 밟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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