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세상 보기

아프간에서 돌아온 두 사람을 보며..

하늘치 2007. 8. 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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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저녁에 있었던 일, 생각.

평소 잘 보지 않던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중앙 데일리를 클릭해봤다. 순간 눈에 확 들어왔던 기사.

바로 아프간에서 무사히 돌아온 두 여자분의 사진이었다. 그래서 그 기사를 클릭했다. 그리고 그 기사의 첫 문장에서 나는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Their eyes constantly focused on the ground..

17 일 저녁, 뉴스에서 봤던 그 두 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 첫 문장만으로도 그 두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이해하고도남을.. 그런 여운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앞세워놓고 연신 사진을 찍어대던 그 모습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느껴졌는지모른다. 그들은 눈을 들지 못했다. 아마, 울고 싶었지만 울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그저 봉사하러, 그리고 선교하러 갔을뿐인데.. 이제는 죄인이 되어 그 자리에 선 기분을 맛봐야만 했을 것이다.

이 세상은왜 이리도 아이러니할까. 기자들도 자신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서, 온국민이 궁금해하는 아프간 사태의 모든 소식을 빠르게 전하고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함이 더 클 수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아무리 정당한 이유라한들, 귀국 직전에야 두 사람이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그들의 얼굴에는 왠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의 회오리가엿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나 너무나 강했지만, 순간 내가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는 바로 그 기자들의 노고가뒷받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는 아니었지만.. 씁쓸한 마음 또한 금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취재의대상이 되어야 했던 그들은 한없이 죄인된 기분을 느껴야 했을 것이고...

이 사건을 두고 봐도, 세상은 절대 특정한 한 사람의 생각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권력이 있다면 우리나라 전대 대통령들처럼 어느 정도야 가능은 하겠지만. 어쨌거나 누가 봐도 확실한 것이 아닌 이상은 누가 옳고 그르고를 판단할 수 있다고 나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이건 하나의 병일 수도, 변명일 수도 있는 얘기지만 60억 인구 중에서 모든 사람의 상황을 비교 분석하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가 있다는 말인가. 하다 못해 그 수가 열 손가락에도 못미치는 한 가정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운 마당에.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고, 보듬어 줘야 하는데.. 그거 할 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느 선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과연 또 얼마나 될까? 스스로 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교만이다. 왜냐하면 그 선은 혼자서 일방적으로 그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똑같은 사안을 두고서도, 똑같은 물건을 두고서도, 한 사람을 두고서도 서로 품고 있는 생각이 천차만별인 것을.

한 없이 양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에 들면 남의 것이라 할지라도 제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비물리적인 부분의 인간관계에도 제로섬 게임이 들어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시민교양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전 포스트를 이글루스로 옮기면서 약간 더 추가함. 그걸 다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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