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세상 보기

달갑잖은 한국블로거연합, 그러나..

하늘치 2007. 11. 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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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블로거연합(http://www.kbu.or.kr) 이라는 단체가 출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은, 기존의 블로거들이 새로운 단체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극히 개인적 성향이 강한 블로거들을 한데 아우르려는 강제성이 엿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블로거라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불안감일 수도 있겠다.



2.
일단, 본인은 해적왕 루피를 지지하는 바.. (쿨럭;;)

단적으로 말하자면, 본인의 생각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는 실로 '무지한 또는 오만한' 단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
그리고 의도는 어느 정도 알겠으나 표현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



3.
아래 그림은 '한국 블로거 연합 창립대회'라는 것을 준비하면서 내 걸었던 일종의 '공지사항'과 같은 것인가 보다. <바로가기>

그런데, 궁금하다.

'귀사'는 어디를 지칭하는 것일까?
'천만 블로거의 결집체'로서 출범한다고 했는데 천만 블로거 중 몇이나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3번 내용'은 참 좋은 것 같은데.. 행대선주자? 채택복? 이건 무슨 말이지??
'4번 내용'은 왠지 거부감을 넘어서 기분이 나빠진다. 나중엔 우리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처럼 보여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자 그럼 정리를 해보자.

뭔가의 연합을 꾀하면서 힘을 모아보자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들의 친목을 도모한다는 목적도 제3자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되지 못한다. 연합의 이름을 무엇으로 짓든 그것도 '일반적으로는' 큰 이슈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한국블로거연합'은 그 명칭만으로도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정말 천만인 블로거? 유후~) 한국의 블로거들에게 공감보다는 거부감을 안겨주는 듯 하다. 그 일례들이 한블연 블로그에 달린 덧글과 트랙백의 내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제는 연합한 힘을 모아서 어쩌자는 것인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으로 독립된 블로거들을 모아서 한 목소리를 만들면 어느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식이 기저에 깔려있는 한블연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 있다.

'선거법 개정에 관한 댓글달기..'라는 글의 댓글중에는, 원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는 한블연측의 댓글도 있던데;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그 말을 누가 누구에게 했느냐가 문제시되는 거, 아닐까. 게다가 앞으로도 기존의 한블연 발기인들이 중심이 될터인데, 그들이 만든 회칙과 그들만의 임원진이 그들이 의도하는 바를, 천만 블로거들의 이름을 빌려 내세우려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또 그렇게 될 것이기에 한국의 블로거들이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요는 '왜 당신들이 우리 블로거들을 대표하겠다고 나서서 우리 모두의 의견인 양 행세하는거요.'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해도 이미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비치기 시작한 셈이니, 아쉬울 뿐이다.



특히나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미 구체적인 활동계획까지 있는 것을 보아하니 천만 블로거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일단 파워블로거들을 끌어들여서 그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나도 조만간 10만을 넘어갈 것 같으니까; 이후에는 나도 포섭 대상에 포함되려나?

그리고 회원 블로거를 '크게' 분류한 것도 한블연의 좁은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크게 분류한 것이 '언론인, 시민운동가, 학자와 교사, 문화 예술인' 그리고 '기타'인데, 내가 봤을 땐 앞의 다섯 가지보다는 나머지 '기타'에 속하는 블로거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 나만의 것일까?

마지막 문구는 어떻게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임의단체로 출발한 본협회를 사단법인으로 승격하여 1인 매체의 총아인 블로그 명실상부한 구심체가 되겠음.

직접 '1인 매체의 총아인 블로그'라고 해 놓고선, 스스로 이러한 블로그의 구심체가 되겠다고 선언한다라.. 그것도 정작 자신의 블로그는 공개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발기한 단체에서, 대선을 앞두고, 처음부터 선거법 개정에 대한 댓글 달기 운동을 펼친다면...

괜한 의구심이 드는 게 과연 나 뿐일까?

아무래도 '한블연'보다는 '팀블로그'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블로거들의 자세 역시 문제의 소지가 많다.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일단 감정의 편린을 드러내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혹시 우리는, 자칭 '한블연' 분들의 의도에 이미 말려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한블연은 블로거들(또는 블로거가 되고 싶었거나 여전히 되고 싶은 사람들) 중에서 몇몇 행동에 옮긴 분들일 따름이라고. 물론, 생각일 따름이다;

천만 블로거들을 부르짖으며 혜성처럼 나타났으나 정작 그 블로거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그 요란한 등장부터가 '블로거'에 대한 실질적인 무시와 무지였기 때문이 아닐까?




5.
블로거들을 위한 결론을 내려보고 싶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

먼저 '한블연'의 출현으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이것이다. 지금은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그들의 모임이,그들의 노력에 의해 차후 사회적으로 정말 한국 블로거를 대표하는 단체로 취급되어 버린다면, 블로거는 더 이상 블로거로서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흩어진 다수보다는 뭉친 소수가 더 큰 목소리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기에 걱정된다.

블로거가 더 이상 블로거이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태왕사신기의 '화천회'가 그리 했던 것처럼;
하핫.. 내 상상력이 너무 지나쳤나보다.

천만 블로거의 시대라고 해도 소위 말하는 '메이저 블로거'분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블로거들이 이런 메이저 블로거들의 영향력을 조금씩은 받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다 같은 블로거라 해도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라는 것도 지나침 없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뭐,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블연'을 대하는 태도 역시 비슷하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모임이 그들의 목적대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또 그 나름의 의미와 선례를 남길 것이며, 앞으로 우리 한국 블로거들이 행해야 할 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기존의 블로거들과는 별개로 만들어진 '한블연'이다. 참여를 하건 하지 않건, 찬성을 하건 반대를 하건, 깨어 있는 블로거들의 바른 의식과 판단이 필요할 때다.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가슴으로.



(좀 더 손봐야 할 부분과 표현들이 보이기는 하나.. 힘들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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