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루피/사는 얘기

라면이 땡기는 오후라..

하늘치 2007. 9. 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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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도서관에서 보다보니 배가 고파졌는데, 그냥 참으면서 마저 다 봤다. 지금껏 소설이라면 이런 경험이 비일비재했으나, 비소설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배고픔을 참고 끝을 본 건 아마도 처음인 듯 하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도서관을 나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비 오는 오후에 라면 한 그릇과 김치 두어 가지, 그리고 밥 한 공기. 크흐..

집에 도착하자마자 생각했던 그대로 먹고 퍼질러질 뻔 했다. 어찌나 배가 부르던지.. 하하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거 이거... 이것도 중독인데;)


■ 오늘 읽기를 마무리 한 책은 '행인의 독법'. 며칠 전 관련 포스트도 작성했었으나, 그 때에는 약 100여페이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2~3일 미뤄두다가 오늘에서야 작정을 하고 봤는데.. 무려 2시간하고도 반이나 되는 시간이 불과 100여페이지를 읽는데 소요됐다. 세상에...

소설과 비교했을 때 '비소설', 특히나 '인문', 그 중에서도 '비평'은 술술 넘길만한 장르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깨달았다. 뭐, 그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별 차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다 읽고 나서 마지막 5페이지를 보고 잠시... 경악했다. 읽는 동안에는 그저 '왜 이리 어려운거야! 투덜투덜...' 라며 천천히 읽기만 했는데, 마지막 5페이에 빼곡하게 들어찬 '작품, 작가 색인자료'를 보니, 이 비평집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읽어 본 사람만이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테지만..


■ 어쨌거나, 본인은 다시 한 번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꽤 괜찮은 사고방식의 비평가, 방민호씨를 알게 된 것이야말로 처음 비평집을 접한 나에게 있어서 큰 행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을 의미 있게 읽고 싶다면 반드시 관련 비평집을 옆에 두고 음미해 보시라 권해 드리고 싶다. 물론, 각자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 오늘 마저 읽은 내용 중에 건진 것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상의 '날개' 스토리 중, 마지막 부분에 대한 착각이다. 일반적으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나'가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고 외치는 부분이, 고층 건물의 옥상에서 주인공이 뛰어내리는 장면과 늘
겹쳐져보였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이상의 '날개'에서 '나'가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하고 외친 것은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이 아니라, 그 옥상에서 내려와 '...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 하는 고민을 지닌 채 다시 거리의 인파 속을 걷다가, 정오의 사이렌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며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하고 외치고 싶어한다.

'현실로부터 비상하는 것도, 비상하자고 외치는 것도 아니고, 외치고 싶었으되 외치지는 못했다는 이 우울한 결말은 작가인 이상이 자본주의적 현대성에 절망하고 있었음을, 그로부터 이탈할 것을 꿈꾸지만 오히려 이탈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 행인의 독법 p.281~282 , (방민호, 네 번째 비평집)

■ 위 내용은 이상의 '날개'를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하며 서술한 부분이다. (오늘 반납해버렸는데, 기억도.. 안난다;) 아무튼, 여기에서 본인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날개'라는 작품의 결말이다. 이 같은 결말은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은연 중에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 음.. 어째, 마무리가 어색어색;;; 냐하하;


■ 결론은.. 비오는 오후에 먹은 양파를 곁들인 라면은 맛있었다?!! ㅋㅑ ㅋㅑ ㅋㅑ~ 다음엔 떡라면이야.. (막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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