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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치 이야기/습작 노트 23

[시]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순수한 삶의 여정, 그 층계 어디쯤이다. 힘들여 오른 계단의 중간쯤에서 이젠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 오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삶이라는 여행길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기실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을...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날, 젊기에 고민이 즐겁다. - 2006년 5월 9일.

[시] 빛살처럼..

시간은 빛살처럼 눈부시게 빠르지. 한 움큼 손아귀 가득 쥔 모래가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어느 덧, 남아 있는 건 맨눈으로도 셀 수 있을만큼의 시간 알갱이. 내 나이만큼의 모래 알갱이. 언제나 내 것인냥 꼬옥 쥐고 있던 것인데, 갑자기 찾아온 허전함에 눈물은 강물이 되어 드넓던 모래톱을 모조리 쓸어가네.. 슬픈 멜로디는 여름철 소나기처럼 갑자기 찾아와 눈물은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경계마저 허물어진 바다로 모여든다. 바다 깊숙이 가라앉은 모래 알갱이는 모래톱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그저 바다만이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또다시 눈물이 될 수 있을 뿐. 그래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시간. 그것도 빛살처럼 눈부시게 빠른 시간.

[시] 반갑잖은 손님.

[보고 싶지만, 반갑잖은 손님] 그리 반갑잖은 손님이 찾아왔다. 그리움. 어둡지만 파아란 밤하늘에서 왠지 모르게 새하얀 솜털구름이 작게 빛나는 몇 개의 별빛을 스쳐 지나가며 소리 없이 말을 걸어온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이제는 '추억'이라 부를 수 없는 기억에 대해서. 그리움이라는 것,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음인 줄 알았더니,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밤하늘 전체에 퍼져 있었다. 손은 닿지도 않는 저 높은 곳에.. 그다지 반갑지 않은 깨달음. 가라앉혔다 생각했던 마음이 불규칙하게 끓어오른다. 방법이.. 없다. 가라앉힐 방법이... 미안하지만, 또 시간에 의지하는 수 밖에. 미안, 시간. 미안.. - 2007. 5. 9. 서울의 밤하늘 아래서, 하늘치 -

[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눈이 하늘을 향했다. 뭔가 생각이 나서라기보다는, 그저 푸른색이 보고 싶어서였으리라. 하지만, 하늘은 요 며칠간 얼룩진 회색빛. 하늘은 분명 하나이지만, 자신을 바라는 사람들의 수 만큼, 그만큼의 하늘이 존재하더라. 구름도, 바람도, 내리는 비도, 그걸 알지. 그래서 하늘을 가리려는거야. 하나뿐인 하늘을 자꾸만 나누고 나누고 나눠서 하늘을 더 이상 하늘이 아니게 만들거든. 그래도, 하늘을 바라보다 지칠만큼 하늘을 보고 싶다. 그래, 사랑하는만큼.

[시] 가면의 독백.

가면의 독백 수 많은 가면은 세월의 흔적을 닮아 있다. 수천년을 살아남은 나무의 수명을 알기 위해 그 나무를 베어 내겠는가. 내게 그 수를 알 수 없는 가면이 있다 해서, 그걸 깨트리고자 삶을 고단하게 해야 하겠는가. 가면이 아닌 참 모습에 연지 곤지 하나씩 찍은 그런 얼굴로 봐주면 아니되겠는가. 그냥 살아도 우울한 일 많은 세상에 서로 웃는 가면 하나씩 쓰고 참 웃음 될 때까지 그냥 살면 아니되겠는가. 복잡한 인세에 나 하나, 쥐었던 돌멩이 내려 놓아도 바람에 일어나는 물결인데, 무엇하려 억지스레 만들려고. 차라리 그 바람, 내 바람이었으면 하지. 그리 살면 아니되겠는가. (하늘치, 2007년 3월 13일)

[시] 길

길. 길을 내는 것도 그 길을 지워 가는 것도, 단지 흔적을 남기고 지우는 행위의 반복에 지나지 않음을. 눈길이든지, 물길이든지, 혹은 하늘길이든지. 마음이 가는 곳마다 웃음의 색깔에 따라 길의 모습이 달라짐을 바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 수많은 길을 만들었던 날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랜데, 그 길을 만들었던 웃음은 비인 마음에 돌아오질 않아. 이젠 더 이상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 낼 색깔이 내게 남아 있지 않다. (하늘치, 2007.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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